산으로 가는 길

[스크랩] 2011. 6. 4 土 다시찾은 설악산 서북능선길...

새벽반달 2011. 7. 16. 14:35

[설악산 서북능선길 한계령에서 장수대까지]
1. 산행개요
 ○ 일시 : 2011. 6. 4 土(09:30~19:13)
 ○ 동행 : 이산저산님, 청랑(푸른하늘) 둘이서 9시간43분 소요.
 ○ 날씨 : 맑음


 ○ 산세 및 위치
  - 서북능선은 대청봉에서 청자 돌림의 형제봉(중청, 끝청 귀때기청)들이 대승령을 거처 안산으로 봉오리을 내리 뻗은 장쾌한 능선이다
  - 귀때기청을 오르내리는 구간은 온통 너덜바위가 또 다른 설악 등산의 맛을 느끼게 한다.
  - 산행 길 내내 좌우 앞뒤로 용아, 공룡, 점봉산, 가리봉, 안산등 등 조망이 시원하여 산행의 피로를 느낄 수 없는 그런 산세이다.
  - 아직 봄의 계절에 머물고 있는 고지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화들의 눈맞춤이 산길 진행을 더디게 하는 코스다.

 

2 산행코스
 한계령휴게소⇒한계능선삼거리⇒ 귀때기청봉⇒ 1456봉⇒1408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약13km)
<(▼산행개념도>

<(▼GPS TrackMaker 궤적>

<(▼Google Earth 입체도> 


3 대중교통편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한계령까지>
 ○ 속초행 첫차06 : 30출발(요금15,500원 2시간20분 소요)
   (※첫차이후 오전시간 출발차량 08 ; 30이나 단풍철등 연휴기간에는 오색까지 아침시간차량을  별도 증차운행을 함)

 

<상봉터미널에서 한계령까지>
○ 속초행 첫차09 : 50 출발인데 3시간50분 소요됨(완행임, 요금19,400원)
   ※ 상봉역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산행여건이 불편함
<원통터미널에서 장수대>
 - 전화 033-461-3070 장수대까지 첫차08시10분부터 1시간간격 배차(요금1500원)


<장수대에서 서울행버스>
 ○ 오후시간에 버스시각이 표식되어 있는데 기다리다가 손을 흔들어
     세워서 타야함, 

   - 18:20(의정부행), 18:35(상봉행), 19:05(상봉행), 19:15(춘천행)


  ※ 19시이후에 들어오는 버스는 상봉역으로 가는 버스인데 예전국도로 돌아다니며 가는버스임.

      홍천에 와서 동서울행을 09시 정각 갈아탔는데도 무정차행이 아니고 일반국도를 모두 거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어있음.(4시간소요)


      19시 이후에 장수대에 도착하시는 분들은 서울을 올라가시려면 춘천행 19:15분 장수대 통과하는

      차량을 이용해서 춘천으로 이동해서 서울로 이동 하는편이 훨씬 소요시간을 절약할 것 같음

2. 山行 日誌
오늘의 산행지는 유월들어 첫 연휴에 장거리 산길을 찾다가 물색한 곳입니다.
2년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코스로 산길을 거닐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비가 내려서 조망을 전혀 하지 못하고 등로 바닥만 헤치면서 들꽃들과 인사 나누며 어렵게

산행을 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도 이산저산님과 약속을 잡아놓고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미리 예매를 했었습니다.

6시30분부터 7시 사이에 한계령으로 가는 차량이 5대나 증차 배차되었습니다.
6시30분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차량은 원래 홍천, 인제, 원통을 모두 들리는 차량이구요.

이후 증차 차량은 논스톱으로 장수대, 한계령, 오색으로 산객들을 옮기는 무정차 차량입니다.

 

터미널 승차홈에서 이산저산님은 전에 함께 산행을 하셨던 산객을 만나시구요.

우리보다 약 5분 늦게 출발하는 같은 방향 한계령으로 가시는 분인데 무정차 차량이라 도착시간은 우리보다

20분 먼저 한계령에 도착을 했답니다.

 

출발홈에서 버스들이 엉키어서 제대로 출발선에 진입을 못해서
이산저산님과 함께 많은 산객들을 비집고 뒤편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있는 버스를 찾아가서 승차합니다.


홍천을 거치고 나서는 중간 휴게소에 정차를 하고 10분 휴식을 주었는데 산객 몇 분이 제시간에

탑승을 하지 않아 몇 분 더 소요되었구요.
인제와 원통은 내릴 승객이 없어서 바로 직행합니다.

 

버스는 장수대에서 몇 명의 승객을  내려놓고는 꾸불거리고 튀틀리며 심한 용트림까지 붕우웅~ 해가며

한계령에 올라서서는 휴게소에 산객들을 쏟아 내려놓습니다.
시각은 9시10분쯤 되는군요. 오늘의 산길 행장을 여기서 준비하구요.

 

이곳에서 먼저 도착하신 이산저산님의 친구 분이 휴게소의 커피 한잔을 권하여 주변을 둘러보면서 산길준비를 하였습니다.

9시30분 여유로운 산길을 시작합니다.
한계령휴게소 옆 계단을 거닐어 올라서 위령비를 스치며 오릅니다.

 

연휴시각에 설악을 찾은 수많은 산객들 속에 하나가 되어 좀 늦은 속도로 터럭 터럭 한 발자욱씩 발걸음을 내디딪습니다.

엊저녁 술을 좀 했드니 조금 피로가 덜 풀렸었나 생각 외로 숨이 많이 가쁨니다.
한 명 두 명씩 산객들을 앞지르구요.

주변이 한가하다고 느낄만한 시간을 거닐고 나니 한계령에서 1km 올라왔다는 이정목이 있습니다.

1275봉입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냉수 한 모금 꿀꺽 넘기고 나니 온몸이 시원해지는군요.
초반부터 흐르던 땀이 잠시 멈추어 섰었더니 썰렁한 한기를 느끼게 하구요

 

이곳에서 뒤편으로 조금 더 진행을 하면 1307봉에 도착을 합니다.

별다른 표식이 있는 것은 아니구요. 주변정황으로 보아 이곳이 높은 봉우리이거든요.

멀리 서향으로 가리산(가리봉: 이후는 가리산이라 기록할 것임)이 안개 속에 덮여 있구요.

귀때기청봉도 서서히 조망이 되는 곳입니다.


1307봉에서 아랫방향으로 이삼십미터 정도 진행을 하면 암봉이 있는 곳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귀때기청봉이 시야에 아주 잘 잡힙니다.

바위 벽에는 털진달래가 분홍빛으로 반갑게 맞아주고 있습니다.

<▼이산저산님..귀때기청봉을 배경으로..> 

 

다시 안부로 내려섭니다. 그리고는 많은 산객들의 틈에 끼어서 평원의 숲길을 거닐게 됩니다.

초록이 완연한 숲이지요. 고산특유의 식생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풀솜대 비슷하게 이파리를 가진 자주솜대도 막 피어오르고 있었구요.

회리바람꽃 등 등 여러 들꽃들과 주변에서 인사를 나누며 진행을 합니다

 

안부 평원에 들어서면 예전에도 보았었던 기이한 모양의 나무가 등로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습니다.

숱한 시간과 경륜의 흔적을 간직한 것 같은 그런 고목입니다.

아마존 정글에서 살아가는 원주민중에 마을 추장쯤 되는 느낌을 받은 그런 나무지요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가면 예전에 홍수로 산사태 났었을 때의 피해현장이 이제는 복구가 되어

계단을 잘 설치해 놓았군요.

아직도 주변은 휩쓸려나간 자욱은 선명하구요

 

간간히 등로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주 힘들어 하는 산객들도 있습니다.

이제 한시간도 채 못 거닐은 것 같은데  벌써 지치면 장거리 등산에는 좀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뭐 바쁜일처리하러 산에 오르시는것들 아니니까요. 

 

단체로 올라오시는 산객들의 시끄런 소리들도 한계령 숲에 몰아치는 바람소리에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집니다.
수직으로 올린 계단들도 오르고 나면 멀리 한계삼거리 능선 위에 있는 삿갓바위가 조망됩니다.

이곳능선에서도 많은분들이 숨고르기를 하고 계시구요.

 

이어서 11시05분에 한계령삼거리 갈림길 능선에 도착을 합니다.
수많은 산객들이 쉬어가고 있구요. 삼거리 이정목이 뭐거 그리 대단한 것인지

그것을 부여잡고 인증사진들 찍느라 열성들 입니다

 

이곳에서 북향으로 공룡능선이 시야에 잡힙니다.

나는 설악의 서부능선을 세 번째 오는 길인데 오늘처럼 시야가 트이는 날은 없었습니다.

전에 두 번 모두 비가 오거나 안개속 에 가렸었지요.

 

오늘은 내게는 운이 아주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그다지 맑은 조망은 아니지만 시야로 방향을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조망이면 나는 만족합니다
고개를 조금 위 편으로 돌려보니 대청봉과 중청봉도 보이는군요

 

이곳에서 휴식을 하며 이산저산님의 친구분이 준비하여 주신 과일을 고맙게 받아서 먹습니다.

갈증도 해갈되구요.

이산저산님의 친구분의 목적지는 대청봉 쪽이라 산길 방향이 달라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헤어집니다.

 

한계삼거리 갈림길 능선에서 좌측 서향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을 합니다.
오늘은 귀때기청봉으로 향하는 산객들의 수도 상당합니다.
숲 그늘 곳곳에서는 여러분들이 휴식 중이시구요.


숲 그늘 아늑한 곳에서는 역시나 반가운 들꽃들이 웃고있지요.

연영초자주솜대가 여러 곳에서 손흔들구요.

연영초는 한자로는 나이를 연장한다는 뜻으로 "延齡草"라고 쓰는데,

이를 우리 한글의 두음법칙에 따라 "연령초"라고 적는 분들도 있던데 "연영초"라고 적으셔야 합니다.
일단 식물명이 "연영초"라고 등재가 되어있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다른 비슷한 예로 "족도리풀"입니다. 족두리란 표현이 맞는 것이지만 일단 "족도리풀"로 고유명사화 되었기 때문이지요.

비단 우리 들꽃과 식물이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구요.

우리나라 지명등도 그 쓰임과 지방의 용도, 문화 등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변천의 과정을 밟다보면

이상한 이름으로 바뀌게 되지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군요

 

이제 하늘위로 숲 그늘은 모두 걷혔구요.

파란 하늘과 쨍쨍 해님만이 나타납니다.

오늘 햇살이 아주 뜨겁지마는 귀때기청 경사면에 흐르는 바람이 아주 대단하기에 따가운 햇살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서늘하여 한기가 좀 느껴진다는 그런 상태지요.

 

나는 예전에 이길을 거닐 때 얼마나 춥던지 오늘 봄에 입고 산행하는 바지를 입고 왔거든요.
바위너럭길 시작점에 왔습니다.

시각은 11시36분이됩니다.

 

대청봉에서 공룡능선으로 흐르는 조망도 좋구요.

남향으로 점봉산의 둥그스레한 모습...

그리고 한계령을 만들어낸 멀리 가리산과 주걱봉의 큰산들이 시야를 고정시킵니다.

한마디로 시원하구요. 신이 나서 정신이 없습니다.

 

한가지 흠이 무었이냐 하면 나는 이런 바위너럭길 거닐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키가 적은데다가 다리 컴퍼스도 남들보다 작아서 건너뛰기도 힘들고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려니

힘은 두 배로 들구요. 어찌했든 조망 살피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잘 진행합니다

 

이번엔 구상나무들이 고사목과 새로운 새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을 통과하게 됩니다.

 

바위 너럭 구석에 파릇파릇한 나무가 살고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하얀색의 꽃을 피우고 있더군요.

한참을 생각하다 기억을 해냈습니다.

2년 전에는 길쭉한 열매를 달고 있었던 녀석입니다. 댕댕이나무,,,,

 

키 큰 구상나무들은 이제 막 암꽃과 수꽃을 피워 올리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구상나무 꽃들을 실제로는 처음 만나는 일이라 얼마나 가슴이 뛰고 떨리던지요.


살펴보니 구상나무에 붉은색으로 꽃을 올리는 것(붉은구상나무)도 있고요.

녹색으로 올리는 것(푸른구상나무)도 있었네요. 수꽃은 모두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 같구요
참 생김 생김이 오묘하고 신비로워 보입니다.

※ 위 구상나무는 모두 분비나무로 바로 잡습니다.

 

아~올라서도 올라서도 귀때기청은 계속 저쪽 멀리에 서있더니 드디어....
귀때기청봉에 올랐습니다. 시각은 12시35분이 되어갑니다.


바람은 정말 매섭고 날카롭게 불어 치는군요.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보니 대청, 중청, 끝청에게 까불다가 귀싸대기 한 대 맞고 내려와서 만들어진 봉우리란

비슷한 이야기들을 보고 나서는 이름한번 참 해학적으로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던 봉우리입니다.

 

사방팔방이 이렇게도 멋진 산군들이 조망되는 곳 이였었는데 2년 전에는 앞을 가리는 심한 안개 속에

이 좋은 정경을 못보고 떠나서 얼마나 후회를 했었는지 모릅니다.

말이 그렇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 두 해나 걸린 오늘입니다.

 

다른 산객들이 인터넷으로 올려놓은 사진이나 보면서 나는 참 복도 없었구나 하고..

한탄도 한 적도 있었구요.

어찌했든 행여 멀쩡한 날씨 변할까 두려운 나머지 철크덕거리며 카메라 셔터를 이리저리 정신없이 눌러봅니다.

<귀때기청봉에서 동영상 조망>

 

증명사진도 오늘은 올려놓습니다.

올라왔었을 때는 많은 산객들이 있었는데 정신없이 이리저리 카메라사진에 몰입하다보니
주변 사람들도 모두 사라져서 이산저산님과 둘이서 번갈아 가면서 한 장씩 증명사진도 남기게 됩니다.
<▼이산저산님>

<▼청랑> 

 

<귀때기청봉>
꾸불거리며
뒤틀고 움틀거리며
버스란 기계덩어리도
숨차게 한계령에 올라왔다

 

두 다리를 지탱하는
묵직한 신발로 감싼 내 두 발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위로 내디딘다

 

능선에 올라서면
덜커덩 주저앉아 있다가는
뭔 돈되는 일 있어
남에게 뺏앗기는 일이라도 있는 듯
다시 숨가쁘게 올라섰다

 

아~하늘이 퍼러야 하는데
하늘이 노랳다
빙글 빙글
다리가 풀리며 흐느적 주저앉았는데...

 

아~ 여기가 귀때기청봉이렸다
정신이 후떡든다
어디선가 귀때기를 한 대 후렸는가 보다


사방 팔방으로 빙그르 잡히는 영상이
우와~우와~
내 말로 표현 못하는 정경도 있었구나

 

언제 말짱한 정신이 들었는지
철크덕 철크덕
카메라 셔터소리만이 내 귓전에 들리는구나~

-이천십일년 유월초나흩날 귀때기청봉에 올라서서....aspiresky/청랑-

 

길을 거닐다가 아름다운 산수를 만나면
"문득 가던 길을 멈추고 춤을 추었다"라고 하는
조선중기의 철학자 화담 서경덕 선생이 그러했다고
"다시쓰는 택리지"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물며 조선시대의 명기 황진이의 유혹을 담담하게 물리치신 화담선생이
이런 절경 앞에서는 舞姬를 즐기셨다는데 ...

오호라~ 미천한 나는 막초라도 한잔 걸쭉하게
드리켜야 되지 않겠나~

 

얼른 이산저산님과 둘이서 귀때기청봉 아래부분으로 내려와 막초라도 한잔 할 곳을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우연찮게 이산저산님은 또 다른 친구 분을 산길에서 만나시구요.

그 분은 먼저 자리를 뜨십니다.

이리 멀리 떨어진 산길에서 아는 분을 만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오늘 두 분이나 산길여정에서 만나시는군요. 이산저산님 발이 참 넓으십니다~

 

휴식을 취할 부근에는 구상나무가 꽤 많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조금 전에 보았었던 그런 꽃이 아니고 수꽃이 피어있었지요

 

막초를 한잔 나누었었던 휴식하던 자리에는 꼭 단추모양을 한 들꽃나무가 있었는데 노박덩굴과의 종류였지요.

사진을 찍어 살펴보니 회목나무입니다.

꽃이 피어있는 모양이 화살나무나 나래회나무와 달리 갈색 넉장의 이파리가 참 색다르군요.

 

아~ 오늘은 점심 메뉴가 성찬입니다.

김밥 외에 맛깔스런 겉절이 김치가 있었구요.

이에 어울리는 보쌈고기를 갖고 오셨군요. 막초 맛이 더 한층 고조됩니다~


날씨좋은날 멋진 산 벗을 만나 아름다운 산수에 취하고, 맛스런

성찬에 곁들인 막초에 취하는 분위기...
어디에 비할데 있겠는가요~

오늘 이 순간 만큼은 황진이가 유혹했다는 화담 서경덕 선생 부럽지 않네 그려~

 

약30여분의 짧은 중식을 마치고 가야할 길이 멀기에 또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안부로 내려가면서 또 들꽃들의 인사를 받게 됩니다.

이곳에서 얼레지를 만나게 되는군요
딱 한 송이가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가는잎개별꽃이 가느다란 허리선을 하늘거리고 피어 있더군요.

대충 보았을 때는  가는장구채인가 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였습니다
이 들꽃도 나는 처음 인사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부로 등로는 떨어졌습니다.

지도상에 좌측 남서향 아래으로 상투바위골이 시야에 바로 잡히며 멀리는 가리산과 주걱봉이

산뜻하게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돌아보면 귀때기청봉의 경사면이 색다른 모습으로 원경을 보여줍니다 

 

 

능선 숲 속을 헤치며 지나가게 됩니다. 이제는 숲 그늘이라 아주 시원하구요
수많은 고산지대의 들꽃들이 나타나니 거니는 걸음 피로한 줄 모르고 진행됩니다
다람쥐꼬리가 살고있는 곳, 만병초가 여기 저기에 뿌리를 내렸구요,

 

시닥나무의 수꽃이  예쁘게 피어나 유혹하구요.

나도옥잠화는 북경사 습한 지역엔 여지없이 대 군락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1456봉에 도착을 하게됩니다.
시각은 14시27분입니다. 이정목을 사이에 두고 오늘 하루종일 뒤쫒아 주는 가리산의 조망이 으뜸이구요.

뒤돌아서면 귀때기를 맞아 홀로 산을 일구었다는 귀때기청봉의 설화적인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1456봉의 중간 허리부분에는 돌양지꽃도 노랗게 활짝 얼굴을 들었구요.

하얀 꽃이 보이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꽃 모양으로는 댕강나무 종류인 것을 알았는데 이름을 확실히 못 불러 주었었지요.

 

털댕강나무가 하얀색 바통의 꽃을 피웠더군요.

이름을 몰라 나중에 검색해서 찾았습니다.

 

능선을 또 이어가면서 초록이 완연한 숲길에 잠적해 버림니다.

계속 반기는 들꽃들의 유혹은 바쁜 산길을 계속 붙잡는군요.

이제 능선의 북쪽 경사면에는 분홍빛 큰앵초들이 보이길 시작합니다.

 

철쭉도 고산이라 좀 더 진한 분홍빛이구요.
송이풀종류의 식생들도 이파리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하산 버스시각에  바쁜 일정이라고 해도 들꽃이 나를 찾을 때 반갑게 맞이해서 인사를 올려야지요.

내 늙고 병들어 나를 찾는 이 없는 신세 되었을 때 들꽃들 마져 나를 져버리면 얼마나 슬픈 일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이 다음 후일을 생각해서 난 열심히 눈맞추고 다독거려주고 지나갑니다.
이 다음에 노년에도 나를 반겨달라고....

 

시간이 14시58분이 됩니다.
아~ 다시 바위너럭길이 시작됩니다. 불편함이 다시 찾아왔다는 느낌보다도
얼마난 멋진 정경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지 기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조망에 빠집니다.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설악의 산하가 참 아름답군요.

 

 

 

능선에 나타나는 멋스런 기목들과 거목들을 만나게 됩니다.

 

1408봉을 올라서기에 앞서 또 멋진 조망에 감탄을 하게됩니다
계절의 변화가 가져오는 자연스런 절경에 취해서
나약했었던 내 인생행로도 모두 잊어버리고요. 떨쳐버리렵니다.

아웅다웅하며 살아오던 그 아둔함과 욕심,  경쟁 등등...


모든 일을 조화롭게 순응하는 삶을 일구어 나갈까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편해지고 절로
어깨춤도 들쭉이게 됩니다.

 

옛 선현들의 노랫가락을 생각해 냈습니다.

 

靑山도 절로절로, 綠水도 절로절로,
山절로 水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 中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河西 김인후>


산길을 거닐다가 멋진 풍광에 흥이나면 나도  이 노랫말을 가끔 잘 중얼거리며 산길을 거닙니다.
얼쑤~ 얼쑤~

 

올라오기 전에 산길에서 다리에 쥐가 난 산객을 만났구요. 다행히 동료들이 많이 있어서
치료를 하고 있더군요. 내가 갖고 있던 아스피린을 건넸는데 잘 풀리시어 산길을 완주했나 모르겠습니다.

 

서북능선길 같은 바위너럭길에서는 아니 쓰는 근육들이 여러모로 사용하게되어 근육이 잘 놀라서

경직될 것 같더군요. 안전산행이 최고지요.

초급 산행자들은 경험있는 산객들과 함께 하는 산길이 좋습니다.
 
이제 1408봉에 올라섭니다.
이곳에서 안산방향과 가리산방향으로의 조망 또한 으뜸이지요
시각은 15시40분이구요

 

이곳은 바위 암봉입니다.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바람꽃은 아직 이파리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구요.

산솜다리가 몇 개체 눈에 띄더군요.
산솜다리는 2년만에 재회하는 기쁨을 맞습니다

 

1408봉에서 안부로 떨어지면 바위협곡사이로 가리산의 모습이 잘 조망되는 곳이 있지요
바위벽에 붙어있는 모습이 꼭 배낭을 잔뜩 추스르고 등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거닐어 가야할  꾸불텅거리는 산 마루금을 조망해 봅니다
마루금이란 능선(稜: 마루, 線: 금)을 말합입니다.

 

마루금을 잇는 행위를 실제로 체험을 하는 것이 등산이구요.

대리 만족으로 느끼며 마루금을 잇는 행위를 조망이라 할 수 있지요.
이상적인 산길은 등산이나 조망이나 모두를 함께 하는 것이 좋은일이지요.

 

등산로는 진행방향 우측의 북쪽 경사면지역으로 거의 이어 집니다.

수령이 상당히 되었을 주목을 만나게 됩니다.

한쪽 면은 모진 세상을 등지고 거칠게 살아왔었던 흔적을 보여주듯 속 빈 고목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지나쳐서 뒤로 돌아서 살펴보면 살아 꿈틀거리는 듯 한 강력한 근육의 힘을 보는 것 같아서 깜짝 놀라게 됩니다.

 

북경사 지역을 지나치다가 아직 배낭 속에 남아있는 막초를 한잔씩 하기로 합니다.
설악에 올라 바쁘게 발걸음 옮기며 체력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마는

산좋고 공기 맑고 경관좋은 숲길을 거닐며 잠시 취흥에 잠기는 멋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요.

 

지금 꺼내는 막걸리는 서울에서 이산저산님이 얼음에 얼려온 것이라 이제사 얼음이 풀려
시원한 맛으로 마시기 딱 좋은 상태거든요.
남은 보쌈안주와 함께 한잔씩 쭈우욱 건배를 합니다.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듯 시원한 냉기가 온몸으로 싸하게 퍼집니다

 

진행하는 반대방향으로 산길을 타는 산객 한 분을 불러서 시원한 막초를 한잔 대접하구요
이분은 오늘 홀로 비박을 하실 분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인사를 나눈후 헤어지구요

 

산길에서 만나면 이것 저것 앞뒤 따지는 통성명이 아니지요.

그냥 만나 스치는 인연으로 가벼운 인사에 서로가 반가움과 고마움을 표식하구요.

 

우리도 약15분 간단한 휴식을 끝내고 또 바쁘게 산길을 다시 이어갑니다.
우측 북경사면 아래로 멀리 백담사 쪽이 조망됩니다.

가까이  카메라로 당겨도 보구요

 

북경사 지역엔 나도옥잠화의 행렬은 계속됩니다.

꽃도 개화되어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말 못본척 지나친다는 것은 내 양심에 거리낌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에 다시 눈맞추어 주구요.

붉은병꽃나무풀솜대도 인사를 함께 나누어주고 갑니다.

 

능선에 이름 모를 나무의 무희(舞姬)가 펼치고 있습니다.

참 생김생김이 희한하군요.

제멋대로 뻗힌 가지들의 날카로움 가운데 자연스러움이 모나지 않고 휘어짐이 부드럽습니다.

 

어찌 글로 표현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날카로움, 정곡 찌름, 모나지 않음, 부드러움

모든 것을 포용한 그런 아름다음을 갖추었네요
奇木이 아닌 美木이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북경사를 거닐어 가며 이어지는 들꽃들과의 인사는 계속됩니다.

지루하지 않게 요소 요소에서 들꽃들이 반겨주고 있습니다.

피나물, 나도개감채, 천마괭이눈이 보이니 아직도 설악능선은 봄이구요.

요강나물이 딱딱한 껍질을 벌린 것 처럼 모습을 한 꽃도 피웠습니다.

 

이제 양쪽으로 암벽이 서있는 암문에 도착을 합니다.
이제 이곳을 지나면 바로 수직계단으로 하강을 하는 그런 코스지요

 

 

드디어 대승령에 도착을 합니다.

삼각점을 확인하구요. 시각은 17시56분입니다.
대승령 주변엔 인가목조팝나무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고광나무,

그리고 노랗게 꽃을 피운 매발톱나무가 있었습니다.

 

급하게 하산을 시작합니다.
장수대까지 2.7km의 구간을 한 시간대에 내려가야 19시경에 지나치는 버스를 탈것 같아서
마음은 조급해 집니다.
하산길의 등로도 바위 돌멩이 조각을 맞추어 놓은 곳이라 무릅 부위에 충격도 많이 오는 구간이구요

 

대승폭포에 도착을 합니다. 시각은 18시40분이구요.
수량이 많이 메말랐군요.내리치는 물살이 보이질 않습니다.

거대한 폭포의 전경만 카메라에 담아놓고요.

폭포보다는 남쪽으로 반대방향의 가리산의 조망을 살폈지요.

 

바로 하산을 합니다. 이제 계단으로 정리된 등로라 오히려 좀 쿠션이 있는 편이더군요
내려가기에는 조금 불편해도.....
바위벽에 털개회나무가 꽃을 피운 곳이 있어서... 바쁜 시각에도 나는 철크덕 인사를 합니다.

꽃개회나무와 달리 묵은가지 끝자락에서 약간 뉘여서 꽃을 올립니다.


그리고는 또 달립니다. 나의 이곳 장수대 하산길은 이년전이나 현재시간이난 늘 뛰어다니는 곳이군요. 

얼른 계곡에 내려와서 대충 얼굴만 세수를 하여 땀을 딱아내고는 장수대 탐방지원센터앞에 섭니다.
시각은 19시13분이 됩니다.

 

버스정류소에서 간단히 배낭을 정리하고 나니 상봉행 버스는 지나쳤는 줄 알았는데 이제 들어오는군요.

손을 들어 세우고는 이 버스에 올라탑니다.

이 버스로 홍천으로 이동하여 동서울행 버스로 갈아타고 늦은시각이지만 무사히 서울둥지에 도착 했습니다.

 

오늘 설악산의 서북능선길 멋진 조망을 한 날이였습니다.
2년 전에 올라와서 안개와 빗속에서 아무런 조망을 못하고 하산했었던 아쉬움을 모두 해갈하는 기쁨을 안고

산길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함께 거닐며 발맞추어 주신 이산저산님이 있어서 지루한 줄 모르게 산길을 거닐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도 긴 산행 길 서로 스쳐 마주친 인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설악산의 서북능선  산행기록을 여기서 접습니다. 감사합니다
-aspiresky/청랑-

출처 : 청랑(淸浪)
글쓴이 : 淸浪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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