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 문학동네 (2010년 2월)
105. 몇 년간 살 붙이고 살던 마누라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얼굴 몇 번 보고 사람 속을 안단 말인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근배씨가 실은 이미 오래 전에 파산을 했는지.....
123. 누군가 올레 앤더슨을 찾아가 킬러들이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는 도망칠 생각도 없이 무력하게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린다. 알려준 건 고맙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네. 그것은 내가 밖으로 나갈 마음이 전혀 없다는 거야. 내가 가진 문제는 올레 앤더슨과 같은 무기력증이었다.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진 듯 밖으로 나갈 기운도 없었고, 나가서 영화를 찍을 의욕도 없었다.
128.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136. 유년의 기억 중에서 어떤 것은 당시엔 너무 어려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기억 속에만 묻어두었다가 오랜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연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전파사 구씨’ 얘기가 흘러나왔을 때 나의 머릿속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156. 알코올중독자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약중독자가 술을 마시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중독은 그 대상 이외엔 절대로 한눈을
팔지 않는 법이다.
192.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난 어차피 전과자야 별 한 개 더 달아봐야 별 차이도 없다.” ........ 오함마는 일 년 육 개월을 교도소에 썩어야 했다. 처음엔 미안하고 큰 빚을 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면회도 자주 가고 영치금도 넉넉하게 넣어주었다. 하지만 그에게 빚을 졌다는 부담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출감하기 몇 달 전부턴 면회도 가지 않았다. 그러다 급기야 죄의식과 부채감 등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가장 어리석고 나약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그를 미워하게 된 거였다.
193. 결혼 생활이 파탄난 후, 나는 급속히 몰락해갔다.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베푼 호의는 모두 잊고 서운했던 기억과 원망만을 간직하게 되었다. 오함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나는 억지로 자신을 합리화했고 급기야 그가 교도소에 간 게 당연한 일처럼 느꼈다.
195. 머릿속에선 분노와 함께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그 모든 생각 앞에 두려움이 버티고 있어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222.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마음속에 비수 같은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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